소장기록



<소장기록 콘텐츠>에서는 중요하고 의미있는 기록물을 뽑아 보여주고자 합니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피해자와 활동가의 활동 기록, 피해자의 유품, 증언 영상, 사진 등 다양한 기록물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소장기록 소개 11호> 2000년 법정 국제공청회 영상: 증언으로 연결된 여성들

  • 생산일: 2000. 12. 11.
  • 생산장소: 일본 도쿄 구단회관(九段会館)
  • 생산자: 2000년 법정 영상팀
  • 유형, 규모: 영상류(6mm테이프) 58건의 시리즈 중 3건,  문서류 1쪽

 

2000년 일본군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이하 ‘2000년 법정’, 2000.12.8.~12) 기간 중 개최된 <최근의 전쟁 및 분쟁 상황에서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에 대한 공청회>(이하 ‘국제공청회’)에서, 세계 각 지역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증언한 영상이다.

2000년 법정은 일본군 성노예제에 대한 전쟁 범죄 책임을 묻고, 가해자 전쟁범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한 국제 인권 법정이자 시민 법정이었다. 국제 공청회에는 14개국1) 에서 온 여성들이 참여해 증언했고, 국제사회의 책임과 연대의 필요성을 함께 논의했다.

"제가 겪은 일은 사실 제 세대의 수많은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공통된 경험일 거예요. 1948년 전쟁, 1967년 6일 전쟁, 그리고 2000년 민간인을 대상으로 벌어진 전쟁까지, 저는 그 모든 걸 몸소 겪었습니다. 제 삶 전체가 전쟁 속에 있었죠 … 1987년에는 집에서 끌려가서 어두운 독방에 2주간 갇혔는데, 방은 더럽고 쥐랑 벌레가 들끓었어요. 매일 고문을 당했어요. 성희롱, 잠 안 재우기, 온몸이 아픈 자세로 몇 시간씩 세워두기. 한 달 후에야 변호사를 만날 수 있었고, 재판은 무죄로 끝났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무려 3년이나 걸렸습니다. 제가 겪은 건 수많은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겪는 일 중 일부에 불과해요. 어떤 분들은 저보다 더한 고통을 당했습니다. 최근에도 이스라엘 군과 정착민들이 민간인을 공격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자녀를 잃고, 가족이 다치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해요. 집이 무너지고 삶이 송두리째 무너졌는데도 국제사회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습니다."
- 팔레스타인 피해자 증언 -

"내전은 1981년, 시에라리온 동부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됐고, 곧 나라 전역으로 퍼졌어요. 이로 인해 우리는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끔찍한 인권 유린을 겪어야 했습니다. 전쟁은 도시와 마을을 초토화시켰고, 민간인, 특히 무고하고 방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잔인하게 살해됐어요. 사람들의 집과 공공 자산, 상점들이 약탈당했고, 어린 소녀들과 여성들이 강간과 납치를 당했어요. 아이들까지 무장시키는 군사화가 이루어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국내외로 강제로 쫓겨났죠."
- 시에라리온 피해자 증언 -

"사람을 죽이는 법을 밤낮으로 훈련하는 군대 옆에서 우리가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오키나와는 저의 사건처럼 피해자의 땅이에요. 하지만 동시에, 이곳에 기지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이 일으킨 수많은 전쟁을 우리는 잊게 만든 가해자의 땅이기도 해요. 또,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아시아 사람들을 괴롭힌 가해자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책임을 깊이 느끼고 반성하는 의미로, 오키나와에서 자위대를 포함한 모든 기지를 없애고, 진정한 평화의 발신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그런 오키나와에서, 전쟁이 끝난 후 가장 먼저 번성한 건 유흥업소였어요. 그리고 지금은, 제가 이렇게 고통 받고 있잖아요. 전쟁과 연결된 것들이라면, 슬픔의 사슬이 끝없이 이어지는 거예요."
- 익명의 오키나와 피해자 증언 - 2)

이들은 모두 전시 성폭력이 특정 시대나 지역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이고 현재 진행형 인권 문제임을 증언했다. 법정 참가자들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와 오늘날의 전시 성폭력이 동일한 구조적 폭력임을 강조하며, 국제 연대와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현재 전시 <6.19 세계 전시성폭력 추방의 날X나비기금>을 진행 중이다. 현재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전쟁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전시 성폭력은 반복되고 있다.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가 세계 각국의 피해자들과 연대했던 것처럼, 우리 또한 침묵하지 않고 함께 연대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 소개글의 표지 사진은 국제 공청회에서 증언을 마치고 내려오는 과테말라 피해자와 참가자다.

✨각주
1) 14개국은 동티모르, 과테말라, 부룬디, 오키나와, 베트남, 콜롬비아, 소말리아, 알제리, 멕시코, 코소보, 방글라데시, 시에라리온, 아프가니스탄, 버마(미얀마), 팔레스타인이다. (출처: A00012220-17, PUBLIC HEARING ON CRIMES AGAINST WOMEN IN RECENT WARS AND CONFLICTS - PRESS BRIEFING, 문서류, 1쪽)

2) A00002783, A00002785, A00002786, 2000년 일본군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영상팀 촬영 4-6, 영상팀 촬영 4-8, 영상팀 촬영 4-9)

✨참고자료

- 2000년 법정 자료집,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 제3차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 촛불문화제<나비, 해방으로 날자> 연대발언, 웹사이트 ‘팔레스타인평화연대’, 2015
- 전시 안내 〈세계 전시성폭력 추방의 날 X 나비기금>, 웹사이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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